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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과 소설

- 소설 - * 창세기 외전-니므롯의 바벨탑의 전설 3 *



* 말과 대화를 나누다 *

* 성읍 에렉 *


따가운 사막의 메마름을 뒤로한 채 한참을 걸은 후에 우리는 시날 땅 ‘에렉 성읍’에 도착했다.

이 곳 또한 니므롯에게 점령당해 그의 영향력 아래 있는 도시였다.

우리는 시간을 지체 할 수 없기에 서둘러 마을 시장을 찾아 보았다. 우리 걸음으로는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기에 말을 구하는 것이 좋겠다는 베레츠의 의견에 모두 그리하는 것이 옳겠다는 의견의 일치를 보았기 때문이다.

‘에렉 성읍’은 바벨론에게 점령당하기 전에는 여느 성읍과 다를 것이 없는 평범한 도시 성읍이었으나 바벨론에게 점령당하고 나서는 그야말로 비참한 모습으로 변하여 갔다.

사람들의 몸에는 크고 작은 악령들이 붙어서 에렉인 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 보였다.

사람의 머리에 붙어서 근심과 고뇌, 우울한 마음을 주었고 정신을 흐리게 하였으며 그들의 손에 붙어서 서로를 치고 싶은 마음이 강렬히 일게 하였으며 배에 붙어서 탐욕적이 되어 다른 약한 사람들에게 무자비 하게 대하기도 하였다.

또한 억울하게 폭행당하는 자들은 그것이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며 오히려 만족한 모습을 가졌다.

속고 이용당하고 빼앗기고 있으면서도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영의 눈이 열려있지 않기에 자신들을 이용하는 존재들이 어떠한 존재인지 인식하지 못하였다.

이드로가 말하였다.

“이 곳이 사람이 사는 곳이란 말인가? 정말로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 군!”

토아르가 고개를 저으며 말하였다.

“바벨론이 이곳을 공격하기 전에 왔을 때 하곤 전혀 딴판이로군. 그때는 사람들마다 친절하고 밝은 표정들이 넘쳐 났었는데 말이야”

모두들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

‘동방의 오아시스 에렉이 이토록 참혹하게 변하다니! 과연 악령이란 사람의 정신과 육체 그리고 생활 전반을 공격하여 황폐케 하는 것임을 분명하게 보았다’

우리는 그곳 아이들이 먹고 있는 마짜 (전병)에서도 작은 악령들이 붙어 있어 병을 옮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어서 빨리 세상을 어지럽힌 악령들의 왕 니므롯이 하는 일을 막지 않으면 세상에는 제 정신인 자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게 될 것이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물어 겨우 마구간을 찾았다.

“주인 계십니까?” 나의 물음에 나이든 마구간 주인이 나왔다.

“무슨 일이시오?”

“예, 며칠 동안 말 좀 빌릴 수 있을까 해서요?”

“몇 마리나 필요하신데요?”

“예, 우리 일행이 전부 열입니다.”

“그럼, 여기 있는 말들은 어떻소? 상태도 좋고 젊은 말들이니 잘 달릴게요.”

왠지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주인의 안내로 우리는 말들이 있는 마구간으로 들어서서 말들을 살펴보았다.

우리가 들러본 말들은 상태가 쓸 만한 듯이 보였다.

“그럭저럭 쓸 만한 것 같군요”

내가 값을 흥정하려 하는 사이 어린 ‘치드케누’가 옆에로 다가와 나를 잠시 이끌더니 나직히 말하였다.

“엘루하 형님”

“---”

“여기 있는 말들은 보기엔 좋아 보이지만 모두 병든 말입니다. 아마도 우리의 길을 절반도 다 못가고 기진해 쓰러질 것이 뻔합니다.”

나는 갑작스런 치드케누의 말에 흠칫 놀라며 반문하였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지? 네가 말에 대해서 좀 아느냐?”

나의 물음에 ‘치드케누’는 웃으며 대답했다.

“글쎄요! 저는 말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일단은 제 말을 믿어 주십시오. 설명은 후에 해드리겠습니다. 아셨죠?”

우리는 ‘치드케누’의 이상한 말에 잠시 어리둥절하였으나 왠지 당찬 듯이 보이는 치드케누의 말을 일단은 따르기로 하였다.

“주인장님 죄송하지만 이곳에 있는 말 외에 또 다른 말들은 없습니까?”

“먼 길 가려면 좀 더 튼튼한 말들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나의 부탁에 주인장은 잠시 불쾌한 듯 얼굴을 일그러뜨리더니 이내

“그럼...뭐 옆에도 마구간이 있으니 옆에 마구간으로 갑시다. 그려”

하고 우리 일행을 옆에 있는 또 다른 마구간으로 안내했다.

우리들이 마구간 주인을 따라 옆에 있는 마구간으로 들어선 순간 우리들 모두는 ‘치드케누’의 얼굴을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오! 아까 본 말들도 훌륭하지만 여기 있는 말들은 상당히 훌륭한 듯합니다.”

“여기 있는 말 중에서 고르기로 하지요”

“그럼 그렇게 하쇼”

우리의 선택에 주인장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이내 훌륭한 말들을 골라 주었다.

우리는 은 25 쉐켈 ( Sheqel, 고대의 화폐 또는 무게단위로 1쉐켈은 노동자의 4일 품삯 ) 을 빌리는 값으로 지불한 후 각자가 말 등에 올라타고 또 다시 길을 나섰다.


나는 길을 가면서 아까부터 궁금했던 이야기를 치드케누에게 꺼내기 시작하였다.

“치드케누야, 아까 네가 한 행동은 좀 이상하더구나! 왜? 그랬는지 지금은 설명해 줄 수 있겠느냐?”

나의 말에 ‘치드케누’는 아까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예!...아까 그 일 말입니까?....사실은....”

“형님도 아시다 시피 제게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습죠”

“그래 그건 나도 알고 있지, 그런데 뭐가 어떻다는 말이지?”

나의 궁금증에 ‘치드케누’는 대답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마음이 더욱 맑아지고 마침내 지금은 동물들과도 대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순간 우리 모두는 숨이 멎는 듯하였다.

“뭐!! 그게 가능한 일이냐? 사람이 동물들과 대화한다는 것은 들은 적이 없었는데.....”

우리는 믿기 어려운 ‘치드케누’의 말에 다시 한번 어리둥절하였다.

우리의 당황한 모습에 ‘치드케누’는

“형님 아주 오래전 인류의 조상 아담은 동물들과 대화했다는 것을 잊으셨습니까? 그리고 하와는 뱀에게 속아 넘어갔던 것을 잊으셨나요?”

“우리가 가진 능력은 처음에 아담이 모두 가지고 있던 능력의 일부분들입니다. 그는 창조자의 대리자답게 엄청난 능력을 소유했던 분이셨습니다.”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하구나, 그래서 어떻다는 것이냐?”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치드케누의 말에 재차 궁금증은 더욱 강해졌고 나는 다급히 물었다.

“아까 마구간에 들렀을 때 주인의 영혼과 마음을 살펴보았는데 순수하거나 진실 됨이 없고, 바벨론의 기운 때문인지 영혼이 어둡고 거짓되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말들을 자세히 살피고 재차 보고 있는데 말들이 저에게 갑자기 말을 걸어 왔습니다.”

“마치 형님들과 대화하듯이 편안한 소리였기에 놀랐다 기 보다 신기하고 흥미로웠습니다.”

“말들은 제게 자신들은 주인이 최근에 병이든 말들을 골라낸 것이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마구간으로 가면 에렉 성읍에서 최고의 말들을 구할 수 있다 하였습니다.”

‘우리들은 모두 할 말을 잃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말을 반박하진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지금까지 체험한 것들이 모두 기적들 아닌가?’

'그리고 우리의 삶 또한, 기적의 연속 아닌가?'

“보십시오! 아까 그 말들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이런 훌륭한 말들을 놓칠 뻔 했지 않았겠습니까?”

‘우리 눈앞에 이렇게 증거가 있으니 더 이상 어떻게 반문할 수 있었으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