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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과 소설

- 소설 - * 창세기 외전-니므롯의 바벨탑의 전설 6 *



* 날개달린 전갈 *



우리가 ‘데리온’을 물리치고 나자 성 밖으로부터 온 날개 달린 전갈들이 소리를 내며 하늘을 뒤덮기 시작했다.

팔레스타인 지역은 종종 메뚜기 들이 떼로 몰려다니기도 하지만 지금처럼 날개달린 전갈의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날개달린 전갈들이 온 하늘을 덮고 나자 우리를 공격하기 위해 몰려왔다.

이때 나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어서 부싯돌로 불을 지피십시오. 어서요”

사람들은 서둘러 각자가 지니고 있던 부싯돌로 불을 피우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전갈들이 날개 짓을 하면서 부는 거센 바람으로 인해 불은 쉽게 붙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달려드는 전갈들로 인해 극심한 죽음의 고통을 맛보아야만 하였다.

우리의 몸에는 이미 미스라가 전해 준 ‘치유의 능력’이 있어서 다행히 전갈의 독에 중독되지는 않았지만 고통은 전과 다름없이 느껴야만 하였다.

소년 ‘여딧냐’ 가 고통스러운 듯 외쳤다.

“성벽에 역청이 발려져 있습니다. 옷을 말아 역청을 묻히고 레비아탄의 유황으로 불을 피우십시오.”

어리지만 재치 있는 '여딧냐'의 말에 우리들은 한 걸음에 달려가 각자의 옷을 찢어 말고 가지고 있던 끈으로 묶은 후 역청을 묻히고, 쓰러진 레비아탄에게 달려가서 흘러 나와 굳어버린 유황에 일제히 불을 붙이기 시작하였다.

레비아탄이 죽은 이후에도 레비아탄의 몸에서 흘러나와 얼마 전 까지 뜨겁게 불타던 유황이라 불은 쉽게 옮겨 붙었다.

“자 힘껏 던지세요. 어서요”

나의 지시에 따라 사람들은 날아오는 전갈들을 향해 불붙은 옷을 힘껏 던졌다.

처음에 던진 불덩어리들은 강하게 부는 바람 때문인지 순간 꺼져 버리고 말았기에 우리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나 우리가 재차 시도하자 이내 우리가 던진 불은 전갈 떼에 옮겨 붙기 시작하였다.

삽시간에 불은 온 하늘을 뒤덮었고 하늘에서 불붙은 전갈들이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어서 탑으로 들어가 사람들을 구해내고 니므롯을 처치하여야 합니다.”

그 웅장하던 바벨론 성벽의 한 쪽 벽은 이미 불이 붙어서 활활 타오르고 있었으며 바벨탑 역시도 불이 붙기 시작했다.

성벽은 벽돌로 건축 되었을 지라도 역청이 발려 있었기에 불은 쉽사리 퍼져 나갈 수 있었다.

‘하늘과 땅이 온통 불길에 휩싸였던 당시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이젠 모든 괴수들을 처치한 것일까?’라고 생각할 때였다.



* 네 왕들 *


이번에는 저 앞에서 구름 먼지와 말발굽 소리가 울리더니 백색의 말과 붉은 색의 말 그리고 검은색의 말과 청색의 말을 타고 내 명의 장대한 왕들이 연기 가운데 나타났다.

우리를 인도하는 베레츠가 말했다.

“저들은 니므롯을 호위하는 자들입니다. 지난번에 니므롯과 함께 활보하는 것을 보았습죠, 그러나 저들에 대해선 워낙 감추어져 있는 신비스런 자들이라 잘 알 수가 없었습니다.”

지혜로운 연장자 ‘아벤노암’이 '여딧냐'를 보며 말하였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감춰진 일들을 환상으로 보는 자여, 지금 우리에게 다가오는 저들의 비밀을 밝히 드러내 주게나”

'여딧냐'는 우리에게 다가 오는 왕들을 한 동안 주시하였다. 그리고는 서서히 입을 열기 시작 하였다.

“백색의 말을 탄자는 동쪽의 왕으로서 전쟁의 신이며, 붉은 색의 말을 탄자는 서쪽의 왕으로서 분열의 신입니다. 검은색의 말을 탄자는 북쪽의 왕이며 기근과 궁핍의 신이고 청황색의 말을 탄자는 남쪽의 왕이며 사망과 역병의 신입니다.”

“사탄과 니므롯이 이들을 통해서 온 세상을 장악하고 있는 것입니다.”

‘온 세상을 장악하고 있는 사방의 네 왕이라’

“그렇다면 어떻게 하여야 저들을 이길 수 있는가”

나의 물음에 ‘여딧냐’은 대답했다.

“‘성스런 영이 말씀하시길 가장 순수한 마음을 가진 자만이 저들을 상대할 수 있다 하십니다.”

“저들이 아무리 세상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해도 순수한 마음을 지닌 자가 죽음을 무릅쓰고 용기 있게 대적할 시에는 저들은 무의미한 존재가 됩니다.”

“빛 앞에선 어둠이 물러남 같이 저들도 창조자가 세운 우주의 기본 질서를 벗어 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순수함 위에 희생의 불이 타오르면 그 빛은 찬연하리라’라는 옛 어른의 말씀이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씀이신가?‘

‘그렇다 저들이 아무리 막강한 존재라 할지라도 그들 역시 무에서 창조된 피조물일 뿐 아니겠는가?......’

‘아벤노암은’ 우리 무리 중 가장 어린 소년 ‘치드케누’에게 물었다.

“너의 할 일이 무엇인지 아느냐?”

치드케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제가 앞서서 저들을 공격하겠습니다.”

열일곱 살의 소년답지 않게 침착한 대답에 우리들은 왠지 모를 믿음직스러움이 느껴졌다.

‘그렇다 우리들은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지 않았다면 여기 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다.’

‘치드케누’는 자신의 말대로 왕들을 맞이하기 위해 자신의 검을 들고 앞장서 달려나갔다.

우리들도 함께 검을 빼들고 ‘치드케누’의 뒤를 따랐다. 말 탄 왕들이 다가 올수록 우리의 몸은 사망이 퍼져 죽어가기 시작하였으며 심한 굶주림과 갈증으로 차라리 죽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게 다가 왔다.

오직 치드케누의 몸만이 온전한 듯 보였다.

네 왕들은 어느새 우리 앞에 다가와 자신들의 검을 들고 내리치기 시작하였다.

백마를 탄 동쪽의 왕이 제일 앞에선 어린 ‘치드케누’의 가슴을 향해 자신의 검을 찔렀다.

치드케누는 들고 있던 검으로 힘껏 받아쳤다.

그와 동시에 우리는 우리 앞에서 모래와 같이 가루가 되어 부서지는 동쪽왕의 검을 보게 되었다.

‘치드케누’는 재빨리 왕들의 검을 하나씩 부셔나갔다.

자신들의 검을 잃은 왕들은 타고 있는 말의 앞발을 치켜들어 치드케누를 위협하였지만 말들의 위협에도 물러서지 않고 계속 휘두르는 치드케누의 검에 네 왕들은 자신들의 말과 함께 모두 허무하게 부서져 바닥에 떨어졌다.

우리들은 진실한 사람이 간직한 마음의 순수함이란, 영의 세계에선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 바벨탑 안의 제사장들 *


우리는 지체하지 않고 바벨탑을 향해 달려 나아갔다.

바벨탑 역시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건축할 수 없는 웅장한 ‘메르라’ ( 피라미드의 고대 이름 ) 건축물이였다.

높이는 하늘까지 닿았다 할 만큼 높았으며 넓이 또한 그에 걸맞게 상당하였다.

‘당시 우리 인류가 지을 수 있는 보편적인 건축물의 높이는 2층 높이의 건물들 뿐 이였는데, 바벨론인 들은 어떻게 저렇게 높고 웅장한 건축물을 지을 수 있었을까? 네피림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비롭기 그지없었다.

우리는 계단을 타고 올라 지키고 있는 병사들을 처치하고 바벨탑의 첫 관문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 내부에는 이곳에 끌려와서 고문 받다가 악령들에게 바쳐질 포로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우리의 가족들도 있었다.

이곳에 온 사람들은 모두 바벨론에서 나는 특별한 향이 나는 약초를 빻아서 만든 가루약으로 정신을 혼미케 하였다.

우리는 서둘러 이들의 결박과 족쇄를 풀어주었다.

“얼마 안 있으면 불이 이곳 까지 올라 올 것입니다. 어서 피 하십시오”

나의 말에 한 젊은 여인이 힘겨운 듯 안쪽 통로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저 안쪽으로 들어가면 이곳에 끌려온 아이들이 있습니다. 어서 구해내야 합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결박을 풀어주고 여인이 말한 그 통로를 향해 속히 내달렸다.

우리는 통로 끝에 있는 길게 나 있는 계단을 올라 두 번째 문에 이르렀다.

우리가 문을 박차고 그 안으로 들어갔을 때 그곳에는 지금까지의 악령들보다도 더욱 사악한 존재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자신의 주인인 사탄에게 사람들을 제물로 바치는 어둠의 제사장들이였다.

그들의 모습은 하나 같이 세상에 알려진 신화 속의 신들의 모습 이였다.

세상의 신화가 바로 우리 앞에 서 있는 이들로 부터 이곳으로 부터 시작 된 것이다.

그들은 강력한 향을 발산하였으며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며 자신들의 몸을 칼로 자해하며 춤추며 예식을 거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뜨겁게 불타오르는 구덩이가 있었는데 악의 화신 니므롯이 구덩이 가운데서 공중에 뜬 채로 사탄에게 바치는 제물과 불과 연기를 흠향하고 있었다. 그 또한 사탄과 일심동체이기 때문이다.

제사장들은 잡혀온 아이들의 발을 붙잡고 뜨겁게 타오르는 불구덩이에 넣으려고 하였다.

우리는 제단으로 달려가 아이를 붙들고 있는 사악한 제사장들과 호위 병사들을 밀쳐 구덩이로 떨어뜨리고 아이를 구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