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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과 소설

- 소설 - * 창세기 외전-니므롯의 바벨탑의 전설 4 *


* 갓난 아이들 *


우리가 에렉 성읍을 벗어나서 바벨론으로 향하는 길을 재촉 하여 가는데 우리가 가고 있는 언덕 아래에 짐승들의 모습을 닮은 바벨론 병사들이 한 여인을 사정없이 폭행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가냘프고 야인, 젊은 여인은 목 놓아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그들에게 매달리고 있었다.

“나의 불쌍한 아기! 나의 불쌍한 아기를 돌려주십시오. 제발! 부탁 합니다. 제발 ..”


우리가 가만히 다가가서 보니 10여명의 바벨론 군사들이 수십여 명의 어린 아이들을 수레에 싣고 바벨론으로 끌고 가는 중이였다.

‘미루어 짐작 하건데, 저 아이들 중 하나는 울고 있는 여인의 아이일 것이다.’

그 아이들 중에는 태어 난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갓난이들도 있었다.


‘저 여인 말고 저 아이들의 부모들은 지금 어디 있는 것일까? 아마도 바벨론 군사들에게 무참히 짓밟힘을 당하였으리라. 지금 우리 눈앞에 보이는 저 여인처럼’

우리는 분노하여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만일, 우리가 더 참는 다면 우리는 하늘의 벌을 받아 마땅하다”

토아르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어서 저들을 구해내자”

우리는 검을 들고 바벨론 군사들을 향하여 내려갔다

바벨론 군사들도 우리들이 내는 소리를 듣고 자신들의 칼을 뽑아 들기 시작하였다.

이때에 우리에게선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힘이 샘 솟듯이 솟아났으며 우리의 검은 그들의 검을 부러뜨리며 단칼에 베어나갔다.

전 같으면 그들의 검에 우리의 보잘것없는 검이 부러져야 하는데, 지금은 우리의 검에 그들의 예리하고 단단한 검들이 부러져 나가는 것 이었다.

삽시간에 우리들은 바벨론 군사들을 처치하고 그 가련한 여인과 아이들을 구해 냈다.

그 여인은 우리가 문을 부수고 구출한 아이 중 가장 어려 보이는 갓난 아이를 품에 안고는 하염없이 흐느꼈다.

“오! 내 아가, 오! 내 아가....흑흑 ...”

여인이 한참을 목 놓아 울고 나자 어느 정도 진정 되어 보여 그 동안의 사연을 물어 보았다.

“어떻게 하다 군사들에게 이리 심하게 맞게 되셨습니까? 그리고 저 군사들이 이 어린 아이들을 끌고 가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내가 물었을때 그 여인은 잠시 우리를 살피더니 대답했다.

“당신들은 누구십니까? 당신들이 죽인 자들이 바벨론 군사였다는 것을 아십니까?”

“예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니므롯을 죽이러 가는 길입니다.”

여인은 다시 한번 우리일행을 쳐다보더니 이내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당신들 같이 놀라운 능력을 소유한 용사들은 제 평생에 처음 봅니다.”

“그러나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는 바벨론왕 니므롯을 없앨 수 있습니까? ”

“소문에 그는 동방에서 최고의 용사이며 사람들을 먹이감 사냥하듯 잔인하게 포로로 사로 잡는다고 들었는데, 어찌 그 위험한 일을 하신다 하십니까?”

“우리도 이 일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서지 않으면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은 영원히 니므롯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여인의 물음에 나는 차분하게 대답하였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열 사람이서 어떻게 저들을 상대 할 수 있습니까?”

“우리에겐 창조자의 능력이 머무르고 있습니다.”

여인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더니

“정말 이해 할 수 없는 말씀을 하시네요? 홍수를 일으켰다는 그 신 말입니까”

“당신들 정말 그게 사실이라 믿는 건 아니겠죠?”

“...........믿고 있군요.”

그 여인은 다시 잠잠해지더니 이내 말을 잇기 시작했다.

“저는 에렉성읍에서 거주하는 사람입니다.”

“바벨론 군사들이 얼마 전에 저의 남편을 강제로 끌고 간 후에 이렇게 아이까지 끌고 가려고 해서 필사적으로 매달린 것입니다.”

“다른 부모들은 모두 집에서 죽임을 당했고 저만 아이를 재워놓고 잠시 이웃집에 식량을 빌리러 간 사이에 아이를 데리고 가버렸습니다.”

“이웃집 안주인과 얘기 나누는 사이 밖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속히 집에 돌아와 보니 문은 부서져 있고 집안이 어질러진 상태에서 방에서 자고 있던 아이가 없어 졌었습니다.”

“저는 황급히 집을 뛰쳐나와 제 아이를 찾아 나서게 되었습니다. 그러곤 조금 멀리 떨어진 바벨론 가는 길목에서 군사들이 수레에 아이들을 끌고 가는 모습과 아이들의 우는 소리들이 들렸습니다.”

“저는 그곳으로 한걸음에 달려가 조심스럽게 다가가 우리 아가를 확인 하고는 아가를 구하기 위해 여기 까지 몰래 따라 왔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방법도 못 찾았기에 마지막으로 죽을 각오로 그들에게 매달렸습니다.”

“아무리 사악하다고 알려진 자들 일지라도 인간의 한 종족이기에 어느 정도의 양심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실오라기 같은 바람 때문 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이 가진 무자비한 모습 그대로 저를 사정없이 폭행하였습니다.”

우리들은 그 여인의 말에 한동안 침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아이들은 분명 바벨론에서 행해지는 제사에 산채로 바쳐질 아이들인 것을 모두가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이 엉망이 되어 버렸군” 점잔 던 이드로가 말했다.

그 말을 이어서 미스라가 말했다.

“우리 마을에선 젖 먹던 아이의 다리를 낚아채는 바람에 다리가 탈골된 아이가 울면서 붙들려 간적도 있습니다.”

“정말로 저들은 인간성을 상실한 ‘종’(種)이란 말인가?”

헤르야가 격분하여 말하였다.

여인의 말을 들으니 그들에게 빼앗긴 우리의 아이들과 가족, 마을 사람들이 눈앞에 어른 거렸다.

‘어서 속히 구하지 않으면 영영 그들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여기 은 30 쉐켈 ( Sheqel, 고대의 무게단위로 1쉐켈은 노동자의 4일 품삯 )이 있으니 이것을 가지고 우리가 다시 돌아 올 때까지 여기에 남은 아이들을 돌봐 주셨으면 합니다.”

나는 우리에게 남은 은의 절반을 그녀에게 건네었다.

“이 정도라면 한 동안은 별 탈 없이 지낼 수 있긴 하지만...... 정말 바벨론으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여인은 우리를 끝까지 말리고 싶었는지 재차 물었다.

“예! 그럼 이만 우리들은 떠나야겠습니다. 더 이상 지체 할 수 없습니다.”

우리들이 말에 올라 갈 길을 재촉하자 그 여인은 우리를 더 이상 말릴 수 없음을 알고 우리를 향하여 “참되고 진실하신 분들이여 당신들에게 축복이 있기를......”이라 외치고 수레에 올라 에렉을 향해 나아갔다.



* 바위 성문 *


우리들은 준비해 온 물로 목을 축이며 한참을 달리고 또 달렸다.

우리가 반나절 길을 달려 성문에 도착하게 되었을 때 우리가 본 성벽은 이 세상의 건축물이라고는 도저히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고 크고 단단하였다. 대부분의 건축물들이 돌과 진흙으로 지어졌는데 바벨론 성벽은 구운 벽돌과 역청(석유에서 나는 아스팔트)을 이용해 견고하였을 뿐만 아니라 홍수에도 견딜 수 있도록 지어졌다.

그뿐 아니라 각 성벽은 호화스럽기도 하였는데 피트다 ( 토파즈 Topaz )와 노페크 ( 석류석, 에메랄드 Emerald ) 아흐라마 ( 자수정 Amethyst ) 야하롬 ( 벽옥 Jasper )등의 보석으로 장식 되어있었다.

과연 세계를 제패한 제국다운 면모를 지니긴 했지만 이곳은 수많은 사람들의 피로 얼룩진 곳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 성문 입구는 백여 명의 장정이 힘을 합한다 하여도 결코 옮길 수 없을 정도 무게의 둥그스름하면 서도 거대한 바위가 가로 막고 있었다.

이 큰 바위가 성문인 것이다.

‘어떻게 저렇게 큰 바위를 옮길 수 있었을까?..... 우리가 다 함께 힘을 합친다면 옮길 수 있는 것일까?’

‘아마도 불가능 할 것이다......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옮길 수 없다.’

‘살아있는 인간의 종족 중에 저런 거대한 힘을 가진 것은 반인 반신의 네피림 뿐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멈춰서 잠시 생각에 빠졌다.

바벨론 병사들은 엄청난 성문을 누구도 건드릴 엄두를 못 낼 것이라 생각했는지 아니면 어느 사람도 바벨론을 넘볼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성문을 지키지는 않고 있었다.

그 때 ‘토아르’가 나서며 말했다.

“저는 엄청난 힘을 부여 받았습니다. 해본적은 없지만 왠지 가능할 것 같은 자신감이 듭니다. 제가 한번 해 보겠습니다.” 하고 말에서 내렸다.

토아르의 확신의 찬 음성에 우리는 한번 기대를 걸어 보기로 하였다.

“같이 할까요?”

“아니요 저 혼자 한번 해 보겠습니다. 그럼....”

그는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하고 그 육중한 바위로 가더니 두 손으로 힘껏 밀기 시작했다.

“음....으아아...”

순간 우리는 토아르가 그 육중한 바위를 옮기는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금 할 수 없었고 모두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오! 정말 저런 초인적인 힘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우리는 눈앞에서 펼쳐지는 일을 보고도 믿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토아르는 육중한 바위를 어느 정도 밀고 가다가 다시금 깊은 숨을 한번 몰아 쉬더니 이번에는 그 바위를 어깨 위로 번쩍 들어 올려 앞에 보이는 광장으로 던져 버렸다.

그리곤 그 큰 바위는 이내 두 조각으로 갈라졌다.

........능력들을 우리는 소유했지만 우리의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신비롭고 오묘한 능력들 인 것이다.



* 유혼 랍파 *


우리가 들어선 바벨론 도성은 전에 말로만 듣던 것 보다 훨씬 참혹한 모습이었다.

세상의 온갖 악령들과 악한 인류들이 모여 있으니 그 모습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으리오....

우리는 열린 눈으로 바벨론의 거주민들 보다 죽은 ‘랍파’ ( 유혼을 가르키는 고대 히브리어 )들이 셀 수없이 많은 것과 그들이 그 일대의 하늘 위를 검게 뒤덮으며 사방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저렇게 많은 자들이 ‘창조자’에게 대항했단 말인가”

그들은 모두 홍수 때 죽었던 ‘가인족’ 과 ‘아담이전의 인류’의 혼들 이였으며 홍수 이후에 정화된 하늘을 다시 어둡게 하는 장본인 들이었다.

천사들은 타락하여 악령이 되었지만 아담 이전의 인류들은 죽어서 귀신이 되어 자신들의 주인인 사탄과 악령들을 따르는 것이다.

이들 랍파들은 영체 일지라도 선한 존재가 아니었기에 검고 어두운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으며 그들을 바라보는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어두워졌다.

우리는 성의 중앙을 향해 돌진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미 죽기를 무릅쓰고 여기까지 온 것이다. 이젠 우리에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때 우리를 향하여서 바벨론 군사들 곧 가인의 후손들이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우리는 그들의 쇠로된 갑옷과 투구를 뚫고 하나씩 베어 나갔다. 갑작스런 우리의 출현에 저들은 소란스러웠으며 도성 안의 각 사방 진영에서 군사들이 몰려왔다.

그동안 세계를 제패했던 천하무적의 바벨론 군대가 물밀듯이 밀려왔지만 초라한 우리들의 검에 하나씩 쓰러져갔다.

공중의 ‘랍파’들도 우리들에게로 몰려 왔지만, 순간 우리에게서 발산되었던 강렬한 빛에 불에 댄 듯이 소리 지르며 물러났다.

상황이 격렬하게 되자 저들도 당황해 하며 여러 기괴한 짐승들을 앞세우며 우리들을 막으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