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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과 소설

- 소설 - * 창세기 외전-니므롯의 바벨탑의 전설 5 *



* 레비아탄과 베헤모트 *


처음에 우리 앞에서 우리를 막았던 짐승들 중에는 ‘레비아탄’ ( Livyathan ) 이라는 용들의 왕도 있었으며 ‘베헤모트’( Behemoth ) 라는 육지 짐승의 왕도 있었다.

‘레비아탄’은 마치 거대한 ‘티그리스’ 강줄기를 연상시킬 정도로 한 없이 길었으며 입으로는 뜨거운 유황불을 뿜어내었다.

주로 바다에서 용왕으로 있으면서 바다의 생물을 지배하고 항해하는 자들의 목숨을 빼앗는 괴수였다.

또한 ‘베헤모트’는 사십 큐빗( 약 18m, 1큐빗은 약 45.6cm정도의 고대 길이 측정단위) 이 넘는 높이의 ‘코뿔소’와 닮은 모습 이였는데 이마에 커다란 기둥 같은 뿔이 나 있었으며 단단하고 두터운 가죽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의 칼로 찌른다 할지라도 속살까지 깊이 뚫을 수 없었으며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커다란 바위산이 움직이는 듯하였다.

이 두 짐승들이 움직일 때면 주변 땅은 크게 진동하였다.

평범한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았다면 정신을 잃고 넋이 나갔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시선을 압도하는 이 두 괴수 앞에서 더욱 용기를 내었다.

레비아탄의 내뿜는 유황 연기와 불로 주변이 가득 차게 되었을 때 우리들은 숨이 멎을 듯했고 우리들의 눈과 피부는 타 들어 가기 시작 하였다.

이때 치료하는 능력을 부여 받은 ‘미스라’가 재빨리 우리의 상처를 어루만지면서 자신의 능력을 우리 몸속으로 밀어 넣기 시작하자 우리의 상처는 본래의 모습으로 회복 할 수 있게 되었으며 유황불에 닿아도 우리의 피부는 데이지 않았고 고통 또한 참아 낼 수 있었다.

우리 모두는 능력자들 이였지만 각자가 힘을 합치지 않는다면 우리 앞에 거대한 괴수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어쩔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때 ‘지혜의 능력’을 받은 노인 ‘아벤노암’이 큰 소리로 외쳤다.

“베헤모트는 눈이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소. 먼저 돌을 던져 베헤모트의 눈을 맞추시오”

우리들은 서둘러 아벤노암이 알려준 되로 널려있는 돌을 집어 켈라 ( qella , 물매, 목동들이 주로 휴대했던 고대의 투석 무기로 전쟁에도 사용했다 전해짐 )에 매달아 베헤모트의 눈을 공격하였다.

‘과연 그 꼬리만 해도 레바논의 백향목 처럼 굵기만 한 괴수가 약점이란 걸 가지고 있을까?’

선택의 여지가 없던 우리는 있는 힘을 다해 돌을 던졌다.

그리고 마침내 누군가가 던진 돌이 베헤모트의 눈을 맞추었을때 베헤모트는 괴로운 듯 천둥같은 큰 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몸부림을 치며 뛰어다녔다.

베헤모트가 몸부림 칠 때 그 커다란 뿔을 마구 휘둘렀으며 그 뿔에 레비아탄의 몸통이 갈가리 찢겨져 나갔다.

그리고 레비아탄의 상처 난 몸에서 쉼 없이 뿜어져 나오는 유황불과 액들로 말미암아 베헤모트의 눈과 두터운 가죽은 타들어 갔으며 마침내는 유황독이 베헤모트의 온 몸에 퍼지게 되었다.

결국 우리 앞에 거대한 산과 같은 괴수들이 쓰러졌다.

우리는 벅찬 감격에 크게 환호 했다.

‘지혜가 있다면 세상은 길을 비켜준다’ 는 현자들의 말이 새삼 마음에서 떠올랐다. 노인이 가진 ‘지혜의 능력’으로 해낼 수가 있었던 것이다.



* 네피림 *


우리가 잠시 숨을 고르는 동안 우리 앞에는 어느새 저 멀리서 네피림 들이 커다랗고 긴 창을 던지며 몰려왔다.

우리들은 재빨리 베헤모트의 뒤로 우리들의 몸을 은신하여 비처럼 쏟아지는 창들을 피할 수 있었다.

듣던 되로 이들 역시 이십 큐빗 ( 약 9m )쯤 되어 보이는 거인들 이였으며 이들의 등에는 퇴화되어 불완전해 보이는 날개가 있었다.

비록 날아다니는 존재는 아니지만 퇴화된 날개로 그들의 태생이 천사로부터 비롯된 것을 말해 주고 있었으며 그 모습은 당대의 용사답게 건장하였다

이들이 우리 앞에 다가오자 커다란 바위 문을 옮겼던 토아르가 앞장서 나아가며 다시 검을 빼들기 시작했다.

우리들도 일제히 하나 둘씩 검을 빼들었다.

소년들도 역시 물러서지 않고 검을 들었는데 우리는 곧 그들도 토아르처럼 강인한 힘을 소유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바벨론 군사들 앞에서 용감했듯이 네피림을 상대로도 대담하게 달려들었다.

네피림들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이 소년들처럼 숭고한 정신을 가질 순 없을 것이다.

우리들은 용기로써 벌써 그들을 압도 하고 있는 것이다.

거인족들이 가진 검은 날카로웠으며 어른 두 사람이 함께 들어도 들지 못할 정도로 무게가 있어 보였다.

그들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건장했지만 그들의 얼굴에선 왠지 두려움의 빛을 띠었다.

아마도 바위 성문을 부수고 ‘레비아탄’과 ‘베헤모트’를 물리쳤다는 사실이 그들에겐 적지 않은 충격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엔 천여 명의 거인족 네피림 군대가 한꺼번에 몰려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내 우리 앞에서 자신들의 무시무시한 검을 내리쳤다. 마치 도끼로 나무들을 찍어 내리 듯 ....

그러나 높이 뽑아 든 우리의 검에 내리치는 그들의 검은 빛을 내며 부러져 나갔으며 우리는 말의 뒷다리 힘줄을 끊듯이 그들의 다리 힘줄을 끊거나 발등을 내리치며 그들의 아래 부분을 공격해 나갔다.

우리가 그들의 검을 부러뜨리고 그들 무리 사이에서 다리를 공격하자 그들은 어쩔 줄 몰라하였다. 우리가 그들보다 작은 것이 오히려 우리 편에 유리하게 작용하였다.

연전연승에 갑옷까지 걸친 무적의 거인 군대였지만 우리 앞에서 가인족 병사들처럼 삽시간에 무너져 갔다.



* 타락한 천사들이 주는 망각과 두려움 *


주변에 그들의 시체들이 쌓이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우리가 있는 곳 사방에서 악령들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지하에서 올라 온 그들은 우리를 에워싸며 검은 가루 같은 것들을 공중에 뿌리기 시작하였는데 그 가루 속에는 두려움과 좌절을 갖게 하고 서로에게 불신을 갖게 하는 기운들이 들어있었다.

우리는 영분별의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이 모든 것이 악으로 부터 온 것인 줄 느끼면서도 강력하기만 한 이 기운을 떨쳐내기 어려웠다.

토아르가 자신 옆에 죽은 네피림 대장의 기다란 창을 들고 영들을 향해 힘껏 던졌다.

그러나 그들에겐 떨어지는 나뭇잎 같을 뿐 어떠한 요동도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들의 마음은 어느새 무기력하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들의 검을 손에서 놓았다.

우리 중 한 사람이 말하였다.

“우리가 왜 이렇게 힘든 싸움을 해야 하지, 우리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

또 다른 한 사람이 이어서 말하였다.

“여보시오 바벨론은 위대한 제국입니다. 지상에서 이리 강대하고 풍요한 제국이 있었습니까?”

“우리가 왜 이곳을 파괴해야 합니까?”

“이곳의 멸망은 창조자의 뜻이 아닙니다.”

또 한 사람이 대답했다.

“어쩌면 낙원이나 홍수 이야기는 아담과 몇몇 사람들이 지어낸 이야기가 아닐지 몰라”

서서히 우리는 불신의 언어에 빠져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정말 우리가 어떻게 니므롯을 상대 할 수 있나. 여태껏은 운이 좋아서 이겼지만...”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한건 엘로하와 베레츠 아닌가?”

라고 말하며 의심과 원망의 눈초리로 나와 베레츠를 바라보았다.

이때 우리에게 지혜로운 말을 하였던 노인 아벤노암이 크게 소리 쳤다.

“당신들이 받은 영분별의 능력들을 기억하시오. 정신을 집중하시고 저들의 실체를 바라보시오.”

“저들은 처음부터 살인을 시작한 자들이오. 저들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결코 평화가 아니라 사망임을 기억하시오.”

아벤노암은 재차 우리를 향해

“저들은 허상이오. 저들은 두려워할수록 더욱 강해지며 우리는 약하여 진다오. 우리는 무엇보다도 실상을 바라보아야 하오.”

우리는 이 현명한 노인의 질책에 정신을 다시 가다듬고 우리의 검을 집었다.

그리고 함께 외쳤다.

“어둠의 영들아 물러가라, 우리는 너희 실체를 알고 있노라”

우리가 강하게 부정적인 기운을 거부하자 악령들은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순간 우리의 코에는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강한 악취가 풍겼다.

우리의 정신이 혼미 하였을 때는 느낄 수 없었던 검은 가루의 악취였다.

우리는 한데 뭉쳐서 더욱 크게 소리쳤다.

“어둠의 영들아 물러가라, 우리는 너희 실체를 알고 있노라”

우리의 칼 앞에서도 아랑 곳 않던 영들이 과연 물러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우리는 목청 것 외쳤다.

그러나 의외로 귀신들은 우리의 외침을 무서워하며 물러나기 시작하였다.

‘단지 크게 외치며 그들이 뿌리는 검은 가루의 기운을 거부 했을 뿐인데....’

그제서 야 우리는 깨달았다. 악령들은 무력의 힘이 아닌 우리의 강한 의지로 물리쳐야함을....

많은 사람들이 악령의 장난에 속으며 정신 착란을 일으켜 삶이 황폐케 되고 슬프게도 자살까지 하던 일들을 여러 차례 보았던 나로선 이해하기 쉽지만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저들은 우리의 의지로 강하게 거부하고 물리칠 때 우리에게서 떠나가는 ‘신기루’ 같은 존재임을 알게 되었다.

무기는 무기로 정신은 정신으로 대항해야 이길 수 있는 것이다.



* 사나운 짐승 데리온 *


우리가 악령들을 물리치고 나자 이번에는 저 멀리유프라테스 강에서 한 짐승이 올라 왔는데 베르헤못 보다 10 큐빗 (약 5 미터 가량)이나 더 커 보이는 몸통은 표범같이 얼룩이 있고 다리는 곰처럼 굳건했으며 사자와 같은 날카로운 이빨을 가졌으며 머리가 일곱이나 되었는데 신기하게도 세계의 머리는 뿔이 두 개씩 네 개의 머리는 뿔이 하나씩 모두 열 개의 굵은 뿔이 나있었다.

오래전 옛 어른들에게 들은 ‘타닌’이라는 괴물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누구, 저 짐승에 대해서 들어 본 사람 있습니까?”

지혜로운 노인 아베노암이 이번에도 대답하였다.

“저 짐승은 ‘데리온’ ( a wild beast 포악한 짐승이라 뜻의 고대 헬라어 )일세. 놈의 기력은 머리에 나 있는 뿔에서 솟아난다고 들었네.”

“우리가 다 함께 달라붙어 동시에 열 개의 뿔을 모두 잘라내야지만 힘을 잃게 할 수 있을 것이네, 그런 후에야 놈을 처치 할 수 있을 것이네.”

유프라테스에서 올라온 데리온은 입을 벌려 크게 울부짖고 마치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갈데아 ( 고대 바벨로니아 지역 언어 )말로 우리를 꾸짖었다.

“한낮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들이 영원히 사는 우리에게 대들다니 가소롭구나”

마치 천둥이 치는 듯 한 그 소리에 우리의 몸이 흔들리고 귀가 아리기까지 하였다.

우리 중 한 사람 용기 있는 토아르가 큰 소리로 대답했다. “우리의 육체는 언젠가는 죽을지 모르지만 우리가 가진 신념은 영원토록 살아 있을 것이다”

“네가 큰 소리로 우리를 위협하지만 우리보기엔 마치 개가 사람이 두려워 더욱 크게 짖는 것 같이 들리는 구나”

우리는 재빨리 베헤모트 보다 큰 덩치를 가진 데리온의 견고한 다리를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데리온은 우리들이 매달리자 떼어 내기 위해 더욱 큰 소리를 내며 온몸을 비틀고 날뛰었으나 우리들은 야수 같은 데리온의 몸에 난 털 뭉치들을 붙잡고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데리온이 성벽과 바닥에 부딪칠 때마다 우리는 몸이 부서지는 고통을 맛보았고 데리온이 몸을 비틀어 돌릴 때마다 어지러워 손을 놓을 번 하기도 하였다.

우리는 계속해서 올라가기보단 한 동안 매달려서 놈을 지치게 하기로 신호를 보냈다.

데리온은 우리가 보통 인간과는 다른 능력을 소유한 자들 인줄 알아보고 더욱 몸부림 쳤으며 우리는 하루 밤낮을 견디어내었다.

우리에게 다른 선택의 여지란 없었다.

우리의 두 손으로 부등켜 잡는 것 외엔....

꼬박 하루가 지나자 데리온은 지친기색이 역역하였고 움직임의 속도가 점점 줄어들었다. 우리는 지금이다 싶어 데리온을 타고 올라갔다.

데리온 처럼 우리도 지치고 목말랐으나 마지막 힘을 다해 올라갔다. 그리고 마침내 데리온의 머리 까지 올라 두 팔로 데리온의 뿔을 씨름하듯 안으면서 부러뜨렸다.

데리온은 최후의 힘을 다해 머리를 흔들었으나 우리들은 결국 모든 뿔들을 부러뜨렸다.

그리고 얼마 후 이내 데리온은 힘을 잃고 쓰러졌다.

우리들은 각자 가지고 있는 무기로 데리온의 목을 쳤다. 우리의 검에는 레비아탄의 유황액과 네피림의 검은 피가 묻어 있었으며 곧 데리온의 온 몸으로 퍼져 갔다.

데리온은 독 기운에 괴로운 듯 쓰러지면서 최후의 말을 하였다.

“내 비록, 오늘은 너희들에게 치욕을 당했지만 나의 근본은, 죽지 않는 영체다. 언젠간 반드시 다시 돌아 와서 너희의 후손들에게 보복 할 것이다.”

주문을 걸듯이 저주의 말을 마침과 동시에 데리온의 몸에서 영체가 밖으로 나와서 다시 ‘유프라테스 강’으로 들어갔다.